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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런 시심에 밤 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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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이우완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100회   작성일Date 10-07-08 07:14

    본문

    불혹이 되면

    - 38살 어느 아침에

    이 우 완

    늘어나는 뱃살이 배꼽을 덮어가는

    불혹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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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어린 시절 뛰놀던 언덕에 돌아가

    작은 우주 하나 만들어볼까

     

    소 끄는 견우가 되었다가

    해거름녘엔 밀짚모자 벗어 먼지도 털어볼까

     

    소 마리나 사고 땅도 사서

    왔던 곳으로 돌아가 그 시절처럼 살았으면......

     

    내 바라는 나의 우주는

    넓지 않아도 좋으리

     

    내 부르면 어디서든 아내와 아이가

    들을 수 있을 정도면 좋으리

     

    그래도 아내와 아이를 부를 땐

    있는 목청껏 불러야지 하는 욕심이 생긴다네

     

    흙과 나무로 지을 집은

    세 칸이면 족하지만

     

    울타리 없는 마당만은

    잔디 욕심을 부리고 싶네

     

    아내는 뱀이 무섭다하겠지만

    어디 뱀이 대수랴

     

    뱀에게도 개구리에게도 방아깨비에게도

    한 세상씩 떼어준다 해도

     

    그 나머지 넓이만큼의 마당은

    온전히 아내를 위한 세상이 될지니

     

    좁은 마당만큼의 넓은 마음 안에

    넓은 마음만큼의 작은 마당 안에

     

    내 작은 우주를 관장하실 하느님이

    아침 종달새 노래처럼 내려와 앉으리

     

    아침 햇살이 졸린 눈을 들어

    풀잎에 맺힌 이슬 잠을 깨울 때

     

    쌀 씻은 예수도 밥을 푼 석가도 수운과 더불어

    야외 식탁에 둘러 앉아 아침 식사를 맞으리

     

    내가 소를 먹이고

    텃밭을 가꾸는 동안

     

    아내는 색색의 헝겊을 기워 갓난쟁이 양말을 짓고

    틈틈이 큰 아이 녀석 공부를 봐줄 테지

     

    몇 걸음 되지 않는 텃밭이지만

    아내가 점심을 이고 와 준다면

     

    지금껏 이 세상에서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우주로의 소풍을 떠나게 되리

     

    아이들은 금방 커서

    자신들의 세상을 찾아 떠날 테고

     

    늙은 아내와 나, 우리들은

    추억을 되씹기엔 아직 이르다하겠지

     

    가축 배앓이 약으로 갈았다가

    이랑 고랑 떼 지어 피어 있을 양귀비꽃

     

    낼름거리는 뱀의 혀

    불타는 듯한 그 양귀비 꽃을

     

    갈라진 틈으로 풀물 깨나 들었을 손으로

    몇 송이 꺾어 늙은 아내 머리맡에 놓아두면

     

    늙은 아내는 ‘오메 단풍 들것네!’의 그 누이처럼

    그 누이처럼 환하게 웃어 줄 테지

     

    지금은 꿈일지라도

    그렇게 나머지 반평생 살고 싶네

     

    다 버리고 따라와 줄 아내를 위해

    이름은 거창하게 지어 달아 둬야지

     

    해 뜨는 아침의 땅

    아  사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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