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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의 최고의 여름휴가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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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다봄아빠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050회   작성일Date 12-08-06 20:13

    본문

    내 생의 최고의 여름휴가

    2012년 10호 태풍 담레이의 탄압을 뚫고 8월 1일 새벽 3시에 일어나 8시경에 여수에서 제주가는 세창코넬리아 호에 올랐다.
    태풍은 한마디로 ‘유감’이었다. 8월 2일 참가 예정자 40여명 중에서 8월 1일로 옮긴 참가자가 20여명이고 태풍으로 인하여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이 20여명이나 되었다.
    3등객실은 무더웠지만 6시간 동안 많은 이들과 그동안 하지못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배안에서 먹는 호프는 최고의 맛이었다.

    강정을 지키고 해군기지를 막기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문규현 신부를 비롯한 강정주민들에 대한 빚도 갚고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휴가지를 강정평화대행진으로 결정한 70여명의 경남지역 참가자들과 함께 첫날을 함께 보낸 곳은 성산체육관이었다.
    저녁도 먹지 못하고 촛불문화제를 하는데 마지막에 이른바 강정춤을 신나게 추면서 첫날을 보냈다. 3일동안 평화대행진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게 다들 열심히 춤을 추었다.

    8월 2일에는 태풍으로 인해 비바람이 쏟아지는 가운데 아름다운 제주 해변가를 약 29Km 걸었다. 휴식하는 중에 제주 여성농민들이 개역(미숫가루)를 가지고 와서 나누어 주었는데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걸으면서 말하세요’라는 뜻이 적힌 ‘개역 마시고 걸읍서, 걸으멍고릅서 제주해군기지 안된다고’라고 피켓이 무엇보다 정감이 갔다.
    제주 해변에는 척박한 모래밭에 자라는 순비기나무가 보랏빛을 꽃을 피웠고, 순비기나무는 제주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비소리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태풍에 밀려온 감태를 채취하느라 바쁜 할머니들의 환영하는 손짓을 바라보면서 행진을 계속 이어갔다. 하얀 꼭두서니 꽃과 칡꽃도 우리를 반겨주었다.
    순비기나무와 아름다운 검은 빛의 현무암 해변을 바라보면서 걸어가는 것은 최고의 감동이었다. ‘강정의 구럼비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하는 생각에 젖어있는데, 상식이밴드의 노래가 방송차에서 들려왔다. 하나도 틀린 노래가 아니다 싶었다. “강정 먹고 싶거들랑 슈퍼에 가서 땅콩강정 깨강정 사다줄테니 제주도에 하나밖에 없는 강정달라고 오도방정 떨지말고 깨강정 쳐드삼 미국에도 보내줄게 땅콩강정 깨강정, 청와대에도 보내줄게 땅콩강정 깨강정~”
    제주도에는 마을마다 학교마다 협죽도가 분홍색 꽃을 활짝 피워 우리를 계속해서 반기고 있었고, 부추꽃에 앉은 부전나비가 강정의 평화를 함께 염원하고 있었다.
    평화대행진을 마친 저녁마다 열린 문화제에서는 신짜꽃밴의 공연을 비롯해서 전국에서 참가한 문화팀들의 공연이 발에 생긴 물집과 통증도 아랑곳 없이 우리를 마냥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제주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지켜주세요. 붉은발말똥게를 지켜주세요”

    태풍이 지나간 김녕해수욕장의 밤바다는 언뜻 보이는 보름달과 별이 어우러져 환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린 그렇게 밤바다를 보면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농민들이 마련한 토종닭요리와 한라산 소주를 먹으면서 이틀밤을 보냈다.

    8월 3일에는 17Km를 걸었는데 나는 각시의 탈진으로 인해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119를 타게 되었고, 북촌너븐숭이와 아름다운 오름을 몇 개 보지 못했다.
    그래도 아쉬워서 함덕 서우봉해변에 미리 도착해서 망오름을 거꾸로 올랐다. 오름에는 애기범부채와 노란 딱지꽃이 예쁘게 피어있었고, 망오름에서 바라본 함덕해수욕장의 옥빛 같기도 하고 연초록빛 같기도 한 바다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바다쪽으로 얕게 펼쳐져 있는 모래바다 또한 어른과 어린이들이 어울려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안성마춤이었다. 강정평화대행진 티셔츠를 입은 어른과 어린이들의 노란 물결이 함덕 해변에 늠실거렸다.

    아쉽게도 함덕 서우봉해변을 뒤로 하고 조천체육관까지 약 6.4Km를 가뿐하게 걸어갔다.
    제주는 4.3항쟁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조천은 1919년 항일 조천만세운동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마지막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면서 경남에서는 대행진 참가자들에게 불나비 율동도 선사하였으며, 밀양송전탑대책위에서 마련한 옷(티)을 연대의 정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하였다. 시원한 제주 바람과 함께 텐트에서 하루 밤을 보냈다.

    8월 4일 마지막 날에는 모충사까지 12.8Km를 딱 한번 쉬고 계속 달렸다. 제주 거리에는 후박나무가 가로수 역할을 많이 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 열매를 밟으며 행진을 계속했다.
    물집이 두개 터지고 마침내 두 개가 더 터질 준비를 하고 있어서 의사의 진료를 받기도 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인지 삼양해변도 그냥 지나가고, 화북포구 해신사, 국립제주박물관도 지나쳐서 모충사에 도착했다. 모충사에는 조국독립을 위해 싸우다 순국한 열사와 의녀 김만덕을 기리기 위해 제주 도민들이 세운 곳으로 의병항쟁기념탑,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 의녀 김만덕의 인묘가 있는 곳이다. 사라봉 기슭에 자리잡은 모충사에는 녹나무, 참식나무, 동백나무, 향나무 등이 멋지게 뽐을 내고 있었다. 모충사가 자리잡은 곳에는 사라봉(오름)과 별도봉이 있는데, 별도봉에 오르면 인공의 동굴이 10여개나 있고, 애기업은 바위도 있으며, 제주항이 아름답게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모충사에서 먹은 주먹밥은 항쟁의 주먹밥, 동지의 정을 듬뿍 담은 연대의 주먹밥이었다. 정말 맛있게 먹고, 모충사에게 급히 모은 후원금을 강정마을 이장님께 전달하고 우리는 발길을 제주항으로 돌려야만 했다.  \'강정, 평화를 노래하라\'는 평화콘서트에 참가하지 못하고 우리는 제주항에서 여수로 그리고 창원, 김해, 양산으로 향했다.
    “제주해군기지 결사반대!” 우리가 외치는 소리는 숨비소리이다. 구럼비와 붉은발말똥게는 자손 대대로 통일조국에 물려줄 우리의 자연유산이다.
    푸른내서주민회 회원들과 함께한 3박4일은 내 생의 최고의 여름휴가였다.


    김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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